⑫ 이순신 장군 투병 기록

사람들이 이순신을 기억하는 방식은 대개 이렇습니다.
무패의 장군, 흔들리지 않은 지휘관.
하지만 난중일기를 날짜순으로 읽어가다 보면, 뜻밖에 자주 마주치는 문장이 있습니다.

"몸이 불편하다." "몸이 몹시 불편하다." "종일 신음했다."

이 표현은 난중일기 전체에 걸쳐 셀 수 없이 반복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길고 자세하게 기록된 두 시기—1594년 3월과 1596년 8월—를 통해, 승전보 뒤에 가려진 이순신의 몸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1594년 3월, 보름 넘게 이어진 병

갑오년(1594년) 3월, 이순신 장군은 명나라 도사부 담종인이 보낸 "왜적을 치지 말라"는 명령서에 답신을 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필 이 시기에 몸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3월 6일, "몸이 몹시 괴로워서 앉고 눕기조차 불편하다"고 적습니다.

3월 7일에는 "몸이 극도로 불편하여 꼼짝하기조차 어렵다"면서도, 부하가 써 온 답신의 글이 마음에 들지 않자 이렇게 씁니다.

"나는 병을 무릅쓰고 억지로 일어나 앉아 글을 짓고, 정사립에게 이를 쓰게 하여 보냈다."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든 몸으로, 그는 남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일어나 문서를 고칩니다.

이후 병세는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합니다.

3월 8일: "병세는 별로 차도가 없다. 기운이 더욱 축이 나서 종일 아팠다."

3월 9일: "기운이 좀 나은 듯하므로 따뜻한 방으로 옮겨 누웠다."

3월 10일: "병세는 차츰 나아지는 것 같은데, 열기는 치올라 그저 찬 것만 마시고 싶다."

3월 11일: "병세가 아주 많이 나아졌고 열도 또한 내리니 참으로 다행이다."

여기서 끝났다면 좋았겠지만, 다음 날 다시 무너집니다.

3월 12일: "몸이 매우 불편하다."

3월 13일: "몸은 차츰 나아지는 것 같으나, 기력이 매우 고달프다."

3월 14일: "몸은 나은 듯하지만, 머리가 무겁고 기분이 좋지 않다."

3월 15일: "종일 신음했다."

3월 16일: "몸이 매우 불편하다."

3월 17일: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

3월 18일: "몸이 몹시 불쾌하다."

3월 19일: "몸이 불편하여 종일 신음했다."

3월 20일, 21일: "몸이 불편하다."

3월 22일: "몸이 약간 나아진 것 같다."

3월 6일부터 22일까지, 무려 보름이 넘는 기간입니다. 좋아지는가 싶으면 다시 나빠지고, 그런 와중에도 그는 매일 진영의 공무를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1596년 8월, 다시 찾아온 오한과 식은땀

2년 뒤인 병신년(1596년) 8월에도 비슷한 기록이 이어집니다.

8월 4일, 활터에서 활 몇 순을 쏘다가 몸이 불편해 멈추고 들어갔다고 적은 뒤, 이렇게 씁니다.

"몸은 얼어 터지는 듯 떨려 곧 옷을 두껍게 입고 땀을 냈다. 저물 무렵 경상수사가 와서 문병하고 갔다. 밤에는 낮보다 갑절이나 아팠다. 끙끙 앓으며 밤을 지냈다."

오한과 고열이 함께 온 듯한 밤이었습니다. 다음 날에도 회복되지 않습니다.

8월 5일: "몸이 불편하여 나가지 않고 앉아 있었다."

8월 6일: 조방장과 여러 장수들이 문병을 옵니다.

8월 7일: "몸이 불편하여 공무를 보지 않았다. 서울에 편지를 썼다. 이 날 밤 땀이 위·아래 두 옷을 적셨다."

8월 9일: "몸이 몹시 불편하다. 밤 열 시쯤 되니 땀이 흘렀다."

8월 10일: "몸이 몹시 불편하여 한참 동안이나 베개를 베고 누워 있었다."

8월 7일의 기록이 특히 눈에 밟힙니다. 공무는 보지 못했지만, 그는 그 몸으로 서울에 편지를 썼습니다. 밤마다 옷이 젖도록 땀을 흘리면서도, 완전히 손을 놓지는 않았습니다.

현대 의학은 이 증상을 어떻게 보는가

그렇다면 이순신 장군은 정확히 무슨 병을 앓았던 걸까요.
400년 전 일기 속 증상만으로 정확한 병명을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현대 의료진이 난중일기의 기록을 바탕으로 추정한 내용은 있어, 참고삼아 소개합니다.

한 의학전문지가 가정의학과 전문의의 자문을 받아 정리한 바에 따르면, 난중일기 속 증상들은 크게 세 갈래로 해석됩니다.

신경성 위장염: 잦은 복통과 토사곽란, 식사를 못할 정도의 고통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 기능 이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율신경실조증: 반복되는 불면과 수면장애는, 극도의 심리적 압박 속에서 나타나는 자율신경계 이상의 전형적 증상으로 해석됩니다.
다한증: 밤마다 옷과 이불을 적신 땀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이차적 다한증일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여기에 1592년 사천해전에서 입은 총상의 후유증까지 겹쳤을 것입니다.

👉 사천해전에서 입은 총상의 후유증에 대한 관련 글 읽어보기

그가 견뎌내야 했을 실재 고통

두 시기의 기록을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점이 보입니다. 그는 앓는 동안에도 진영의 지휘관 자리를 비우지 않았습니다. 병을 무릅쓰고 문서를 고쳐 쓰고, 몸을 가누기 힘든 채로 편지를 쓰고, 부하들이 문병을 와도 다음 날이면 다시 공무를 처리했습니다.

싸움에서 이긴 것은 그가 초인이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자주 아팠고, 밤새 신음했고, 땀으로 옷을 적셨습니다.
현대 의학이 추정하는 병의 원인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이라는 점은 그가 당시에 감당해야 했던 조건들을 이해하면 일반인인 저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진단입니다.

그는 사천해전에서 총알이 왼쪽 어깨를 관통하는 부상을 당해 1년 뒤까지 고생했지만, 총상을 입은 당일 난중일기에는 "중상은 아니었다"고 적었습니다.
어쩌면 그가 견뎌낸 실재 고통은 난중일기에 그가 적은 기록보다 훨씬 크고 길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바보같은 사람, 그런 몸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싸움을 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저는 이런 생각을 문득 떠올리고 마음이 아파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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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철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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