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백의종군 길에 마주한 어머니의 죽음
여러분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어 보셨습니까?
사실 난중일기는 일기에 해당하는 날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당시의 배경지식을 상당히 알고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그날그날의 일상을 담담히 기록한 일기이므로,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이 읽으면 전혀 감동이 생기지 않고 재미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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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중일기 (서해문집) |
그러나 이순신 장군이 어느 날 왜 이런 기록을 하셨을까? 그 행간의 배경을 알고 일기를 읽게 되면, 어느 날은 읽다가 가슴이 뜨거워지고 어느 날은 읽다가 눈물이 나고, 또 어느 날은 읽다가 화가 나서 제 가슴을 치기도 하는 그런 책입니다.
제 앞선 글을 읽으신 분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아실 것입니다. 혹시 앞선 글들을 읽지 않으신 분이 있다면 아래 링크를 눌러 지난 글부터 차근차근 읽으시고 이 글을 이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해암리 바닷가에서 마주한 통곡의 부고
장군의 난중일기 1597년 4월 11일 자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맑음. 새벽 꿈이 매우 심란하여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 덕이를 불러서 대강 이야기하고 또 아들 울에게도 말했다. 마음이 몹시 언짢아서 취한 듯 미친 듯 마음을 가눌 수 없으니, 이것이 무슨 징조인가. 병 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종을 보내 어머니의 소식을 듣고 오게 했다. 금부도사는 온양으로 돌아갔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4월 1일 의금부 옥문을 나와 백의종군의 길을 가는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장군의 어머님은 아들이 풀려났다는 소식에 노구의 병든 몸을 이끌고 멀리 순천에서, 이순신 장군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아산으로 배를 타고 오는 중이었습니다.
당시 어머니 변씨는 나이가 83세였는데, 오직 아들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무리하게 배를 타고 오다가 그만 배 위에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어머니 변씨가 배 위에서 숨을 거둔 날짜가 바로 저 위의 일기를 쓴 4월 11일 당일일 것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이런 처참한 사실을 모른 채, 그저 어머님을 만나 뵙기 위해 충남 아산시 인주면 해암리로 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맑음. 일찍 식사 후에 어머님을 마중하려고 바닷가의 길로 나갔다. 도중에 홍찰방 집에 들러 잠깐 이야기 하는 동안 아들 울이 종 애수를 보냈을 때는 배가 왔다는 소식이 없었다. 또 들으니 황천상이 술병을 들고 변흥백의 집에 왔다는 것을 듣고 홍찰방과는 작별하고 흥백의 집에 이르렀다. 얼마 후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님의 부고를 전했다. 달려나가 가슴을 치고 뛰며 슬퍼하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해 보였다. 바로 해안으로 달려가니 배는 벌써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을 이루 다 적을 수가 없다. 후에 대강 적었다."
이순신 장군은 억울한 고문과 옥살이를 견디고 백의종군 길에서 꿈에도 그리던, 그가 하늘처럼 공경하고 사랑하던 어머님을 만나 뵈러 아산에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그리던 어머니를 차디찬 시신으로 마주했을 때, 그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을까요?
그러나 이순신 장군에게는 어머님의 장례를 따뜻하게 치를 시간조차 충분히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에게는 국가가 명령한 백의종군의 길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떠난 길
어머니를 시신으로 마주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난중일기 1597년 4월 19일 자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맑음. 일찍 나와서 길을 떠나며 어머님 영전에 하직을 고하고 울부짖으며 곡하였다.
조카 뇌의 집에 이르러 조상의 사당 앞에서 하직을 아뢰었다...(이하 생략)
4월 13일에 어머님 시신을 부둥켜안고 통곡하던 이순신 장군은, 단 7일 만에 어머님 영전에 하직 인사를 올리고 다시 백의종군 길을 떠납니다. 장군의 이 일기를 읽으며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
한번도 패하지 않은 삼도수군통제사에서 파직 후 고문까지 당하고, 백의종군 길에서 어머니의 죽음까지 접하였으나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다시 길을 떠나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은 정말로 "어서 죽는 것만 같지 못하구나" 바로 그것이었을 것입니다.
👉 [이순신 마지막 2년] ④ 죽고 사는 것은 천명이다, 죽게 되면 죽을 것이다
몸철학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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